이 시는 진술시(이야기)입니다. 내용이 제법 많이 길군요. 이 시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날로 밤으로 … 낮으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 사람이 살지 않는다.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집.
이 집에서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 대대손손 가난하게 살았다.
재(고개)를 넘어 무곡(지명 이름)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 털보네 - 이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
찻길이 놓이기 전
누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 자유로운 공간
나의 사리말 동무는 … 시적 화자와 친구.
집안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 찻길이 놓이기 전에는 털보네는 나귀나 소에 짐을 싣고 항구에 가서 그것을 팔면서 생계를 꾸려나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찻길이 놓이고 나서는 그 일을 기차가 대신하게 되었고 털보네는 그로 인해 생계 거리를 잃게 됩니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시적 화자의 촉각적 이미지.
그날 밤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
- 식민지 현실에서는 아이의 탄생이 축복이 아니었다. 워낙 가난하기에 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힘든 고통일 뿐.. 마을 아낙네들(제 3자)을 내세워 털보네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객관성을 확보했다.
갖주지 이야기와 … 절에서 종을 만들 때 아이를 데려가 종을 만드는 데 쓴다는 이야기
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 졸이며 자랐다
당나귀 물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
노랑고양이 울어 울어
종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도토리 꿈을 키웠다 … 작지만, 앞으로를 향한 소박한 꿈
그가 아홉 살 되던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다니는 겨울
이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데론지 사라지고 그 이튿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욱만 눈 위에 떨고 있었다
더러는 오랑캐령(만주)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라사(러시아)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 열던 살구
살구나무도 글거리(나무 밑동)만 남았길래
꽃피는 철이 와도 가도 뒤울(뒷 마당) 안에
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이 시는 삭막하고 암담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털보네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인물로 우리 민족이 겪었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중요한 개념인 찻길은 일본이 대륙 침략의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놓은 것입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땅을 잃게 되고, 우리나라의 각종 자원을 일본의 의도대로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