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문학의 이해> 이용악 - 전라도 가시내

카테고리 없음 2013. 12. 23. 00:23 posted by 반주하는 Samuel Park

알록조개(껍질이 예쁜 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순진성) 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철교)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화자)                 … 무쇠다리는 중국과 북한 사이에 있는 다리.

 

바람소리도 호개소리(호루라기)도 인전(이제) 무섭지 않다만

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누가 죽거나 잡혀가는 소식)이 뒤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미더운 북간도 술막(숙박, 식사, 술을 해결 할 수 있는 곳)

 

 - 2연의 1행에서 호루라기 소리는 국경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인데, 그것이 무섭지 않다는 것은 시적 화자가 이미 국경을 많이 넘어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 북쪽으로 가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말..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거다오          

 

 -화자와 청자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 

 

네 두만강을 거너 왔다는 석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리 천리 또 천리 산마다 불탔을겐데        … 3달 전만 해도 조국은 가을이었다.

그래두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 북으로 오는 데 걸린 시간.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 아닌 봄을 불러 줄께             … 과거에 있었던 행복했던 시절

손대 수집은 분홍댕기 휘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게다

 

 - 시적 화자를 독립운동가로 추측할 수 있다.

 

 이 시는 식민지 현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이 어려워 북으로 떠난 사람들, 국경을 넘어 만주, 러시아 등으로 흩어진 우리 민족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