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문학의 이해> 백석 - 여승

카테고리 없음 2013. 12. 23. 00:24 posted by 반주하는 Samuel Park

 이 작품은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문학 시간에 배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때 배운 내용과 대학에서 배운 내용은 확실히 수준의 차이가 있네요. 시를 설명하면서 그 차이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기지취(취나물)의 내음새가 났다      … 절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다.

                                                  몸에서 나물 냄새가 난다는 것은 승려로서의 삶을 산 것이 오래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쓸쓸한 낯(얼굴)이 녯(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웠다                  … 시적 화자의 감정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 시적 화자와 여인의 첫 만남.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 금덤판은 광산 주위에 음식을 팔려고 차려놓은 일종의 노점상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그 당시 광산에서 금을 발견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광산으로 갔는데 여인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여인이 그 남편을 찾아 다시면 광산 주위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섶벌(야생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 꿀을 따러 멀리 가는 벌처럼 남편도 먼 곳으로 돈을 벌러 간지 1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그나마 여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어린 딸마저 죽고 말았다. 예전에는 아이가 죽으면 돌로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떠어진 날이 있었다.

 

 -여승의 슬픔을 산꿩에게 투사. 여승이 되려 머리를 깎으며 눈물을 흘리는 여인.

 

 위 시는 지금 시간의 순서가 뒤엉켜 있습니다. 시간의 순서대로 시를 다시 구조화 시키면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 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평안도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 아이를 따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여승을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웠다

 

 이렇게 시간 순서로 재구성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식민지 시대의 가족 해체와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